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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된장아줌마라고 재미있네여~~~

by 농부22 2006. 8. 17.
 

아침 7시 20분 탁상시계소리에 기상한다. 옆에 저팔계 남편은 아직도 꿈나라.

된장아줌마의 하루가 시작되는 거다.

이쯤에서 일어나야 8시반까지 딸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

졸린 눈으로 주방로 향한다. 콘플레이크와 저지방 우유로 대강 아침식사 준비를 한다.

된장아줌마는 황신혜같은 몸매를 위해 일반우유는 마시지 않는다.

맛이 없더라도 저지방 우유를 마셔줘야 한다. 남푠과 딸아이는 맛없다고 맨날 투덜댄다.

식사가 끝나면 남편과 딸아이는 집을 나선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로 돌리고 그 동안에 세수와 양치를 한다.

얼굴에 물을 묻히고 피부관리샵에서 산 수제 클린징 폼으로 거품을 낸다.

군데군데 주름은 보이지만 보톡스의 영향인지 제법 피부는 탱탱, 난 소중하다.

꼼꼼하게 거품을 내주고 충분히 씻고 톡톡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제거해야 한다.

본격적인 메이크업을 시작한다.

나는 미시족이므로 짙은 화장은 나이 들어보이므로, 그레이스하고 화사하게 마무리 한다.

오늘따라 좀 어려보이는 것 같다.

랑콤 마스카라로 눈썹 올리느라 좀 늦었다.

옷장을 열고 남푠카드로 그은 루이뷔통 멀티 스피디 30을 꺼내 거울에 모습을 비춰본다.

시슬리 향수를 귀밑에 뿌린다음,

지난주에 구입한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신고

자동차 키를 들고 현관문을 잠근다. (몇미터 갔다가 도로와서 다시 확인한다.)

그저 한가한 동네 아줌마와 쇼핑을 가는 거지만 이게 우아한 미시스러운 거다.

된장 아줌마 스타일이다.

운전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뭐 심각한 고민은 아니고 주로 쇼핑은 뭐하고 그리고 나서 뭘 먹을까 정도다.

신호대기에서 화장은 잘 됐나 꼭 체크한다.

자외선이 강하니까 꼭 샤넬 선글라스는 꼭 써줘야 한다.

운전하면서 선글라스와 장갑을 하지 않는 것은 된장 아줌마 스스로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자동차 미러에 비친 얼굴을 볼 때마다 신호대기시간은 항상 빨리 지나간다.

백화점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런데 동네 아줌마들이 아직 안오고 있다.

저지방 아침식사 한 된장아줌마는 출출해지기 시작한다.

백화점 쇼윈도에 비친 된장아줌마의 모습은 럭셔리하고 우아해서 마치 파리지엔것만 같다.

핸드폰을 꺼내 큰소리로 동네 아줌마와 통화하고 곧 만난다.

백화점 오픈 시간이라서 주위가 한산하다.

온갖 예쁜 옷들과 가방, 신발. 속으로는 남푠카드가 한도초과된 것을 투덜거리면서

딴 아줌마가 옷을 사는 것이 실실 샘나기 시작한다.

이와중에도 ‘자기한테 딱이네~’라는 말은 해줘야 한다.

근처 와코루 매장 직원에게 레이스가 새끈한 상하세트 가격을 묻는다.

“23만원입니다. 손님.”

“생각보다 디자인이 별루네...”

주로 요딴 멘트로 쇼핑을 한다.

결국에 하이힐 신고 두시간을 보내니 발바닥이 아프다.

밥을 먹어야 한다.

비슷한 된장아줌마들끼리 쇼핑하고 나서 가장 고민되는 선택의 시간이다.

'과연 뭘 먹을까...'

된장아줌마들은 소중하므로 푸트코트따위에서 밥 먹는 일은 없다.

그 시끄럽고 좁은 곳에서 먹고 있는 서민들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며 백화점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근처사는 또다른 된장 아줌마가 눈에 띈다.

“뭐 좋은 것 사셨어요?”

산 것은 없지만 뭐라도 지른 척은 해줘야 하는 거다.

된장 아줌마들은 있는 척은 그 누구라도 이겨낼 자 없다.

한달 남편의 월급의 반이 되는 돈이 날아가 버리지만 된장아줌마한테는 그런 여유는 없다.

그냥 뽐나기만 하면 되는 거다.

남푠 존내 불쌍한거다.

된장 아줌마 세명이 식당에 모이면 주위의 시선이 모인다.

셋다 걸친 것을 합치면 승용차 한 대값이다.

된장아줌마들 지나가는 수수한 직원들을

무시하며, 자기라면 정말 살기 싫겠다고 뒤에서 씹으면서

음식을 주문한다.(각기 다른 향수냄새가 백화점 1층 향수코너에 온 것 같다.)

살찔걸 걱정하면서도 오늘의 코스요리는 된장 아줌마의 입맛에 딱이다.

자신의 교양과 위치에 어울리는 음식이라 생각하면서 존내 쳐먹는다.

쳐먹으면서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어제 드라마 내용이야기, 아니면 남자이야기다.

주로 비와 송일국, 다이엘 헤니을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다. 겨우 이름 아는 정도.

어쩔땐 데니스 오를 다이엘 헤니라고 착각할 때도 있다.

모두 다니엘 품에서 낮잠이라도 자고 싶어한다.

옆집 된장아줌마,

어젯밤 자이데나덕에 사오정같은 남푠이

다이엘 헤니처럼 멋졌다고 손질받은 손톱을 튕긴다.

‘이런 지저스!

새벽에 그 소리가!‘

디지털카메라로 음식 사진한장 찍는건 필수다.

가끔 싸이 홈피에 사진을 올리면 자신의 센스도 동반상승한다는 착각은 된장아줌마의 공통점이다.

성형외과를 다녀온 다음에 단체 사진을 찍는 것도 필수다.

파리지엔들과 같은 높이의 코를 갖고 있지만

그녀들의 믿음직한 팔과 다리는 파리지엔의 기럭지와 한참이나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식사를 하고 샤넬 콤팩트를 꺼내 이도 쑤시고 나니까 오후 4시다.

밥을 먹은 된장아줌마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요즘 아파트값이 떨어져서 큰일이야, 옆동 임대아파트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

된장아줌마들의 열받은 목소리는 맨 끝쪽에 있는 테이블에까지 들린다.

32평에 사는 그녀들은 29평 사람들까지 싸잡아 무시한다.

그러면서 아파트에서 배회하는 길잃은 고양이들은 불쌍해 죽겠다며

애써 자신을 따뜻하고 생각있는 여자로 포장한다.

‘오늘 찜해둔 옷, 신발, 가방은 나중에 남푠카드로 그으면 될 것이다.’

수다떨다 보니 출출하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된거다.

주차장에서 삼성 SM5를 모는 아줌마가 늦게 차를 빼는 바람에 열받는다고

부러움반 시셈 반으로 그녀를 욕한다.

오너가 아니라 운전사인줄 알았다느니,

성형한 것이 얼굴에 코밖에 없다느니 그딴걸 트집잡는 게 부지기수다.

그리고 나중에 ‘비’같은 섹시한 운전사를 둘 것이라고 다시한번 다짐한다.

아줌마들과 헤어지고 운전을 한다.

차를 바꿔주지 않는 남푠을 순간 원망한다.

버튼을 눌러 음악을 듣는다.

혼자 주로 듣는 것은 뽕짝이지만 여럿 있을 때는 팝송이다.

된장아줌마들에 있어 팝송은 인격이요, 교양이다.

아파트 단지내의 집으로 향한다.

된장 아줌마는 섹쉬한 웃음에 착하기까지한 몸매의 운전기사가

차문을 열어주는 상상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거울을 보니 보톡스끼가 조금 빠져나간 것 같아

이번주안으로 압구정 외과에 꼭 다시 가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금방이라도 황신혜의 날렵한 옆모습이 남의일이 아닐 것만 같다.

된장아줌마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간다.

시간이 지나 퇴근한 남푠은

“아는?

밥묵자!

자자!“